출처:http://sportsnavi.yahoo.co.jp/soccer/other/column/200703/at00012618.html 저자: 카와사키 산교우
■ “봄보네라”에서 보카를 맞이한다.
표고 2660미터. 멕시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도시 톨루카를 본거지로 하는 데포르티보 톨루카(이하 톨루카). 그리고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강팀 보카 후니오르스. 이 두 팀이 3월 14일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그룹리그에서 시합을 하였다.
시합은 톨루카의 홈 스타디움 네메시오 디에스. 보카의 홈 스타디움의 명칭이 [봄보네라 - 초코렛 상자, 라는 뜻]라는 것은 유명한데 톨루카의 스타디움도 그 지역에서는 똑같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 이름대로 인공위성 시점에서 보면 과자상자를 연상케 하는 장방형. 거기에 스탠드 삼면에 걸쳐 지붕이 있고 필드와 스탠드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잉글랜드의 스타디움을 연상하게 한다. 단 잉글랜드의 스타디움과 닮은 것은 형태뿐이다. 가까이서 보거나 실제로 안에 들어가 보면 굉장히 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은 거무스름하고 금이 가있다. 화장실 수도 적고 겉치레라도 청결하다고는 말 할 수없다. 스타디움 제일 상단에 있는 기자용 부스에 도착하기에는 스탠드 외측 벽에 달라붙어 있는 난간 없는 계단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기자석에 책상도 없다. 좁은 장소에 의자가 빈틈없이 있을 뿐이다.
필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군데군데 잔디가 까져 맨 땅이며 보수를 위하여 새로운 잔디판이 이식된 부분도 있다.
여기는 17일 일본 여자 대표팀이 월드컵 플레이오프 원정이 행해진 장소이기도 하다.
보카가 나오는 리베르타도레스의 시합이라는 바라마지 않던 카드도 볼 수 있고 거기다 3일후에 행해지는 일본 대 멕시코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보기위한 스타디움의 견학도 겸할 수 있다. 이런 시합에 취재신청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남미클럽 간에 벌어지던 리베르타도레스라는 역사와 권위 있는 대회의 시합을 우리 마을에서 벌어진다는 톨루카의 서포터들의 모습에도 흥미가 있었다.
■ 멕시코에서 가장 차가운 인간?
지금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에 멕시코의 클럽도 출장자격이 있다는 것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지금은 전 세계의 축구 팬들에게 주목받는 대회로 성장한 것에 자극받은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뒤늦게나마 시장의 확대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우선은 가까운 곳부터 개척하기 위하여, 그들은 북중미카리브지역 연맹소속(CONCACAF)의 팀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CONMEBOL에게는 TV방영권이 보다 많은 나라에게 팔 수 있으며 CONCACAF 소속의 팀에게는 레벨을 높일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가 된다.
단 CONCACAF에게도 리베르타도레스에 상당하는 챔피언스 컵이라는 대회가 있다. 그 대회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게 하기 위하여 리베르타도레스의 출장자격은 전전년도의 성적에 의해 결정된다. CONCACAF의 나라들의 전년 패자(覇者)는 챔피언스 컵에 출장하기 때문에 두 대회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1시즌을 전기와 후기 리그로 나뉜다. 각각 리그의 1위끼리 벌어지는 종합왕자결정전의 승자는 무조건적으로 다다음해의 리베르타도레스의 출전권을 얻는다. 그리고 종합순위 2위 이하의 상위 팀은 예비예선으로 돌려져 다른 CONCACAF 소속국의 비슷한 상태에 놓인 팀과 리베르타도레스 출장을 놓고 다투는 규칙으로 되어있다. 톨루카는 2005년 멕시코 종합왕자로서 2007년도 리베르타도레스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톨루카 시(市)는 그 높은 위치로 인해 겨울엔 상당히 춥고 여름이라도 낮과 밤의 온도차가 심하다. 멕시코에서는 이런 기후에서 살아가는 톨루카 시민을 [멕시코에서 가장 차가운 인간]이라며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들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톨루카 시의 사람들이라도 굉장히 밝고 외향적이며 친절하게 느껴진다. 단 이 날의 톨루카 서포터들을 보고 있자니 '차갑다'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라틴 도시의 축구 팬으로서는 냉정하다고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과 같이 시합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시내의 도로는 톨루카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채워 넣은 차들로 혼잡했다. 그러나 다른 라틴 도시들처럼 클랙슨을 빵빵거리거나 차에 클럽의 깃발을 세우거나 하는 광경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걸어서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얌전했다. 확실히 길은 새빨간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지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술에 취해 기세를 올리는 서포터의 모습은 없었다. 각각 생각한 것을 말하면서 정연히 걷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타코스 노점상에 들려서 시합 시작 전 배를 채우고 있었다. 때문에 스타디움 주변 도로를 봉쇄하여 경비를 맡고 있던 기동대나 경찰들이 필요이상으로 과장대고 삼엄하게 보였다.
그러나 그런 얌전함도 스타디움에 들어서기까지만.
스탠드에서는 사람들이 킥오프하기 전부터 나팔을 울리거나 멕시코 대표의 응원가이기도 한 [멕시코, 멕시코, 라, 라, 라!]의 멕시코 부분을 톨루카로 바꾸어 대합창하거나, '디아브로스(스페인어로 악마. 톨루카의 닉네임)'를 한 목소리로 외치거나. 또한 전원이 웃통을 벗은 한 편의 무리도 있었다. 스타디움의 수용인원은 불과 2만7000명이지만 스탠드를 감싸고 있는 지붕으로 인한 메아리 효과 때문에 인원보다 몇 배나 많은 듯한 박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 높은 경기력으로 낚아챈 승리
슬슬, 시합에 대한 것도 언급하고자 한다.
톨루카가 3-5-2, 보카는 4-4-2의 포진으로 스타트했다. 아쉽게도 보카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팔레르모(전 알라베스), 리켈메(전 비야레알)의 두 선수의 이름이 이 날 등록멤버에는 없었다. 둘 다 내전근(內轉筋)이 당기는 증상을 호소했기 때문에 루소 감독이 앞으로 계속 될 과밀일정을 고려하여 이 원정시합에는 참가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톨루카는 양 사이드에 준족의 테크니션을 배치하여 빈번히 아래와 위를 오고 갔다. 그리고 중반 중앙의 3명이 유동적으로 포지션을 바꾸며 때때로 FW중 한 명과 자리를 바꾸거나 했다. 기본적으로 카운터를 노리는 축구이다.
보카는 기본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전체적으로 라인을 올려 마지막에는 상대 마크의 틈을 노려 슛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시합 시작 5분정도 까지는 보카의 이름값에 압도당하였는지 톨루카가 수세에 몰렸다. 그러나 7분, 톨루카 왼쪽 사이드의 카를로스 모랄레스가 드리블로 돌파한 후 올린 크로스에 그에게서의 볼이 올 것이라 믿고 달려 든 반대편 사이드의 세르히오 폰세가 슬라이딩 발리슛으로 선취점을 올리자 흐름은 단 번에 톨루카쪽으로 흘렀다.
하프라인 근처까지는 보카에게 볼을 가지게 하고 거기부터 앞으로 침입해 오면 톨루카의 중반 선수들이 둘러싸 볼을 빼앗아 단번에 텅 빈 보카 DF라인 뒤편으로 패스를 넣었다. 특히 양 사이드의 모랄레스와 폰세를 막질 못하여 보카는 몇 번이나 두 선수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이러한 시간대가 계속 되어 톨루카가 카운터어택으로 볼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한 시합이 되어있었다.
20분경 조바심이 더해진 보카의 CB 다니엘 디아스가 결국 상대 선수에게 박치기를 하여 레드카드. 이렇게 되자 보카의 루소감독은 중반 왼쪽 사이드의 카르도소를 수비라인으로 내려 중반을 3명으로 줄였다. 시합 개시 20분 만에 10명이 되어버려서는 아무리 보카 후니오르스라고 하여도 힘들다. 더구나 고지(高地)에서의 시합인 것이다. 보카는 중반에 머리수가 부족해지자 그 때까지보다 더욱더 사이드를 공격당해 슛을 허용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전개로 인하여 충분히 뜨끈뜨끈해졌던 스타디움은 중장거리 패스가 프리로 되어있던 톨루카 선수에게 이어질 때마다 [올레~!]하는 추임새로 가득 찼다. 맞아 맞아, 멕시코의 스타디움은 원래 이렇지 않으면 안 되지~
후반에 들어서자 엷은 공기 탓인지 한 선수가 없어져서 인지, 완전히 보카선수들이 다리가 멈추었다. 대조적으로 톨루카는 여전히 하고 싶은 만큼 날뛰었다. 전반전 이상으로 중반중앙의 3선수가 전후좌우로 분주히 뛰며 게임을 만들어갔다. 공격할 때뿐만 아니고 수비할 때에도 헌신적으로 움직였기에 보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던 톨루카의 추가점은 57분.
어시스트는 또다시 모랄레스. 그의 세로 패스에 민감히 반응한 FW 비센테 산체스가 상대 DF라인 뒤편으로 파고들어 앞으로 나온 GK의 눈앞에서 토킥으로 골.
그 후는 이미 톨루카의 원사이드 게임이다. 스타디움에서 [올레~!]의 성원이 몇 번이나 울려 퍼졌던가…….
2-0이라는 점수차 이상으로 톨루카가 압도한 내용이었다. 상대인 보카가 주력선수 둘이 빠지고 더구나 이른 시간대에 퇴장이 나왔던 것 그리고 고지(高地)에서 홈 어드밴티지라는 후원도 있었지만 높은 경기력으로 낚아챈 승리이다. 이것에 의해 3라운드를 끝낸 시점에서 톨루카는 그룹 7의 선두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큰 승리에도 불구하고 역시 톨루카의 서포터는 냉정했다. 스타디움을 나오면 방금 전의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봄보네라의 주변에서 환호를 외치는 사람도 목소리높이 서포터 송을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싸움도 없었다. 쓰레기도 거의 없었다. 차의 클랙슨은 본래의 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붉은 집단은 모두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단지 물론 그들의 얼굴에는 만면의 미소를 머금었지만.
■ 가까운 듯이 보이면서 먼 멕시코의 실력
스타디움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택시에서 든 생각이 있다.
이날 톨루카의 축구는 카운터를 주체로 한 스타일이었지만 굉장히 치밀하고 스펙터클한 것이었다. 디펜스라인부터 세밀한 짜임세. 중반에서 선수가 자유로이 포지션을 바꾸면서 짧은 패스의 교환. 양 사이드의 피곤함을 모르는 아래 위 움직임과, 정확한 센터링. 포워드의 집착심.
일본의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멕시코 대표가 큰 인기다. 큰 몸집의 선수가 적은 만큼 상대와의 접촉을 어떻게든 피하면서 개개인의 높은 기술을 살려 계속해서 패스 코스를 만들어 상대팀 골대로 육박한다. 그런 방식은 일본 선수로도 실현가능하며 지금부터 목표로 할 만한 축구라는 것이다.
과연 정말로 그러할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톨루카는 멕시코 대표와 완전히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선수의 면면이 틀리다. 그러나 재작년 시즌 멕시코 리그의 패자(覇者)이다. 어떤 면에선 멕시코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멕시코와 일본은 선수의 실력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양국 선수의 특징이 닮았다 또는 크게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은 아닐까?
톨루카의 선수들은 군데군데 파인 필드에서도 상대 선수에게 포위되어 있으면서도 정확하게 볼을 컨트롤하여 정확하게 패스를 하였다. 나서서 육탄전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격한 몸싸움을 벌여도 지지 않았으며 확실히 볼을 간수할 수 있었다. 상대의 골문에 육박한 선수는 살짝 상대에게 발이 걸린 정도로 간단히 넘어져 심판의 얼굴을 보거나 하지 않았다. 곧바로 일어나거나 기면서도 슛까지 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장면을 지금의 J리그에서 얼마만큼이나 볼 수 있을까?
너무도 플레이가 조잡하며 그런 주제 허약하고 가냘픈 선수가 너무 많지는 않은가?
지금의 일본이 멕시코와 같은 축구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알파벳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으면서 영어로 된 학술 논문을 읽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멕시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좀더 개개인의 기술 레벨을 올리고 볼에 대한 집념을 키우고 나서부터의 이야기이다.
물론 그러한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 전국의 어린 선수층 지도자분들이 열심히 육성에 임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을 다해도 여전히 일본선수에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톨루카라는 세계적으로는 무명의 팀이 보카를 상대로 보여준 축구는 통쾌했다. 스태디움에 있었던 서포터들에게는 잊지 못할 밤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경꺼리로만 생각했던 일본인 필자에게 있어서는 일본과 가까운 듯 보이면서 먼 멕시코 축구의 실력을 알게 된 밤이 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