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europe/20081126-1-1.html
저자: 안도우 마사즈미


 잉글랜드 축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베컴, 램파드, 제라드, 루니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터이다. 좀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라면 두 콜(애슐리와 조)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까지도 없다. 독일과 비교한다면 발락, 프링스, 람이 될 것이다. 전부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 이 9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 = 19일 독일과 잉글랜드의 시합에서 제외된 선수.

 친선시합이라는 한마디로 처리해버리면 간단하겠지만, 역시 독일 대 잉글랜드의 시합은 특별. 전통의 일전이기에 독일에서는 엘 클라시코와 같은 뜻인 "클라시커(Klassiker)"라 불리고 있다. 그런 중요한 시합에 거물급들이 없었던 것은 부상, 그 다음 주의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기 위한 테스트 등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합에서 잉글랜드는 벨로루시를 3-1로, 독일은 웨일스를 1-0으로 각각 승리하였다. 선발멤버를 대폭 교체한 양 팀은 이 즈음해서 얼마만큼 유망한 신인을 발굴하며 한편으론 세대교체를 부드럽게 진행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시금석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단순히 전력비교를 하자면 7명이 빠진 잉글랜드 쪽이 불리했을 터. 독일 매스컴은 그들을 [2군]이라 불렀다. 하지만 결과는 2-1로 잉글랜드의 승리. 그것도 내용적으로 독일을 압도한 승리였다. 잉글랜드에게 있어 베를린은 재수가 좋은 곳이다. 원정 – 그것도 상대국의 수도인데도 지금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으니까.

 어쨌든 곤란한 것은 독일이다. [2군]을 상대로 뭐 하나 좋을 것 없이 완패. 특히 중반은 정말 실망이었다. 26살의 롤페스(Simon Rolfes, MF, Bayer 04 Leverkusen), 22살의 트로호프스키(Piotr Trochowski, MF, Hamburger SV), 슈바인슈타이거, 27살의 존스(Jermaine Jones, MF, FC Schalke 04)라는 4명은, 뢰브 감독의 선수 기용에 불만을 표한 발락과 역시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은 프링스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었지만, 시합 전개력과 독창성의 결여, 잉글랜드의 강한 압박에 자주 우왕좌왕하였다. 혼자서 돌파를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치졸한 주위와의 연계가 눈에 띄었다. 특히 롤페스를 지원하는 존스의 퍼포먼스는 안습일 정도였다. 모처럼 얻은 첫 선발도 이래서는 또다시 벤치 후보가 될 뿐이다.

 뢰브 감독이 반해있는 DF 베스터만(Heiko Westermann, Schalke 04)은 라이트-필립스의 민첩성에 따라붙지 못하였고, 종료 5분전에는 '2군팀에서 이날 가장 컨디션이 나쁘다'고 평가받던 테리에게 FK 상황에서 몸싸움에서 져 결승점이 되는 헤딩을 허용해 버렸다.

 잉글랜드의 첫 번째 골은 23분 오른쪽 CK에서부터였다. 근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GK 아들러가 믿기 힘든 헛손질을 하였다. 주변에 있던 DF는 그 공을 처리하지 못하였고, 좋게 말하더라도 대표팀 레벨이라고는 할 수 없는 DF 업슨의 왼발 슬라이딩 골을 허용했다.

 전반전이 종료되자 뢰브는 GK 아들러, MF 존스, FW 클로제를 교체시켰다. 그리고 계속해서 FW 1명, DF 2명도 바꾸었다. 그러나 누구를 바꾸건 상황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중반으로는 어떻게 하건 게임을 만들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슈바인슈타이거에게는 중앙을 맡길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없다. 설사 어느 누가 그 역할을 맡는다고 하여도 공격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선수가 존스나 마린(Marko Marin, 보르시아 MG)이래서는 미덥지 못하다. 이날 출장기회가 없었던 히츌슈페르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시합 흐름은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2군인 잉글랜드는 독일의 3배 가까운 득점 기회를 만들며 허술한 중반의 마크를 비웃기라도 하듯 데포와 다우닝이 롱 슛을 쏘았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던 라이트-필립스는 독일과의 실력차이를 뽐내며 종횡무진 내달려 MOM에 선정되었다.

 '그래도 63분에 독일은 동점으로 따라붙었잖아~'하고 오기를 부리며 반론하는 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헬메스(Patrick Helmes, FW, Bayer Leverkusen)의 골은 [이날 가장 컨디션이 나뻤다](끊질기잖아~)는 DF 테리가 조기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실수를 범한 틈을 탄 것. 결코 독일이 패스를 돌려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뺏은 골이 아닌 것이다. 거기에 운도 좋게 헬메스의 퍼스트 터치는 GK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갔다. '이거 고맙습니다'골은 전부 행운의 여신이 가져다 준 것이다.

 어쨌든 오래간만에 약한 독일을 보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올해는 첫 시합에서 오스트리아를 3-0으로 격파하였고 그 후에도 파죽지세의 진격을 계속해 왔다. 16시합에서 11승2무3패이니 1시합당 평균 승점은 2.18. 이는 과거 10년간 2006년에 기록했던 2.33에 버금가는 결과이다. 그러나 올해 마지막 시합에서 이런 참패. 시합 후 뢰브는 "저런 시합내용으로는 오늘의 참패는 당연한 결과다. 독일은 공간을 만들지 못했고 조직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루즈 볼도 전부 빼앗겼었다. 잉글랜드에게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하고 담담히 말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독일은 전도다난의 길로 접어든 듯 하다. 이리 되면 매스컴은 X맨 찾기에 나서거나, 혹은 '젊은 선수 중 누군가 한 명에게 기대합시다'와 같은 현실도피형 논조가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지만, 이번엔 지금까지와 좀 달랐다. 장기간 활약해 왔던 은인을 잊지 못한 것이다.

 이날 함께 결장했던 발락과 프링스를 거론한 것이다. '발락이 나섰더라면 중반의 힘이 달라져 있었을 것이다', '종횡무진하는 프링스가 있기에 발락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다'는 지적에 이은 결론은 결국 '둘이 없으면 독일은 이기질 못한다'가 되어 버렸다.

발락과 프링스를 제외시켜 본 시도는 실패했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독일은 발락과 프링스가 있어야만 하는 것 같다.

Posted by 渤海之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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