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타나베 마사유키

아스날과의 시합 후, 모리뉴와 포옹하는 테리와 램퍼드. 셋은 같은 팀의 일원으로 다음 시즌에도 함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조제 모리뉴가 좋은 놈이 되었다”


 이렇게 쓰면 제정신이냐는 소리를 들을까?

 거만한 태도, 풍부한 자금, 재미는 둘째 치고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축구. 거기에 더 추가하면 프레미어 리그에서 손꼽히는(선수까지 포함하여) 단정한 얼굴과 비판하는 인간의 입을 다물게 하는 실적.

 그야말로 [엄친아]는 다른 사람의 반감을 살만한 요소를 100% 갖추고 있다.

 첼시 서포터 이외의 팬들에게 있어서 [모리뉴]라는 고유명사는 [나쁜 놈]과 같은 뜻이었다.


 하지만 2006~2007시즌 종반에는 그러한 [나쁜 놈]이 [좋은 놈]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착각을 하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기고 트로피를 들어 올린 FA컵 결승은 아니다. 원정에서 아스날과 비겨 프레미어 우승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허용한 5월 6일 시합에서의 한 장면이었다.


 이 시합에서 첼시는 드로그바가 부상으로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 타이틀을 노리기 위해서 승점 3을 손에 넣어야만 하는 상황에 서 있었다. 더구나 프레미어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면 모리뉴의 해고는 결정적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하프타임 직전에 DF 불라루즈가 파울로 단번에 레드카드. 그 덕분에 지우베르투 시우바가 PK를 넣어서 10명이서 1점을 쫓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첼시는 거기에서 집념을 보인다.

 70분에는 에시엔의 다이빙 헤드로 동점이 되자 한층 더 공세를 취했다. 스코어는 최종적으로 1-1로 끝나지만 마지막 10분간은 아스날과 당당히 맞붙어 손에 땀을 쥐는 카운터 싸움까지 펼쳤다.


 경이적인 집중력을 가능케 한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전술은 아니다. 확실히 모리뉴는 불라루즈가 퇴장당한 뒤에 손을 쓰긴 했지만 열세의 첼시를 지탱한 가장 큰 요소는 선수들의 “절대 지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라는 집념이었다. 더 깊게 생각한다면 선수들에게는 '프레미어 타이틀 희망의 촛불을 꺼뜨리지 않게 하여 모리뉴를 계속 감독으로 있게 하고 싶다'라는 심리도 작용한 것은 아닐까?


 사실 시합 후에는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 [강한 유대감]을 상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리뉴는 필드를 가로질러 첼시 서포터 앞에 가서 우선 뒤에 있는 선수를 가리키고 그 다음 자신을 가리키며 마치 ‘나는 이 녀석들과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듯이 어필한 것이다. 그걸 보던 테리나 램퍼드가 모리뉴에게 다가가 포옹했다.

 첼시 팬이 아니더라도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물론 모리뉴는 필시 카메라를 의식했을 터이며 자신의 목을 자르려고 하는 아브라모비치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미 넘치는 모리뉴는 본 적이 없었으며, 그의 모습은 [악덕 오너의 횡포에 맞서서 열심히 팀을 이끄는 감독 = 좋은 놈]으로 보였다.


 어쨌든 아스날과의 시합은 모리뉴 이끄는 올 시즌의 첼시가 진정한 의미에서 [팀]이 된 시합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더구나 클럽의 내분(모리뉴가 아브라모비치의 노여움을 사 감독 자리가 위협받게 된 것)이, 반대로 팀의 강하게 결속시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전개는 [성서(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록한 노트)를 손에 든 신의 아이(모리뉴)]라도 알 수 없었던 전개가 아닐까?


 첼시의 내부에서 일어난 변화(팀으로써의 결속 강화)는 3월, 4월 시즌이 끝나감에 따라 현저히 나타났다.

 시즌 초반의 첼시는 팀으로써 기능하지 못하고 드로그바의 개인적인 능력만 의지하려는 공격이 많았지만, 리그 후반이 되어서는 드로그바가 완전히 팀 플레이어로 변신. 골 문 앞에서 포스트 플레이어 겸 하드 워커로 변신하여 거기에서 기회를 만드는 상황을 발견했다.


 그 이상으로 주목할 수 있는 것은 정신적인 명에서의 변화다.

 예를 들면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리버풀과의 시합 전에, 팀 동료의 계약 갱신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을 걱정한 드로그바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존(=테리)이나 프랑크(=램퍼드)와의 계약을 해결하는 것은 지금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것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들은 첼시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 있으며 그들의 공헌도는 굉장히 크다. 다음 시즌 혹은 장래에 그들이 팀에서 없어진 상황을 서포터들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팀에 계속 있을 수 있도록 팀은 모든 수단을 다 써야만 한다.”


 이 말을 받아서 이번엔 테리가 모리뉴나 램퍼드를 옹호했다.


 “조제는 멋진 감독이다. 클럽은 조제나 나 그리고 프랑크의 계약에 관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우리들은 모두 클럽에 남아 있고자 하며 그 뜻을 확실히 (프런트에) 전했다. 이것은 프랑크나 감독도 그렇다. 우리들은 굳게 결속한 가족이며 이러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 가고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앞으로 몇 년간 우린 멋진 결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보통 [살아있는 생물]이라고들 말한다.

 하나의 게임 속에서 [기세]나 [흐름]은 계속해서 변하며, 팀 상황도 항상 변화해 간다. 그런 과정에 있어서는 [새옹지마] 혹은 [비 온 뒤에 땅 굳는다]는 식으로 불안재료가 플러스로 작용하는 예도 적지 않다.

 아브라모비치와 모리뉴의 대립이 팀 결속을 강화한 첼시도 그러하며, 벨라미와 리세 콤비가 챔피언스 리그 바르셀로나와의 시합에서 기폭제가 된 리버풀이 그러하며 월드컵에서 서로 으르렁댄 호날두와 루니가 공격을 견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한 그러하다.

 반대로 아스날은 륭베리가 팀을 비판한 것 외에는 그다지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앙리가 바르셀로나에 이적한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월드컵의 영향으로 이적 시장이 조용했던 지난 시즌 오프와는 다르게 올 여름은 벌써부터 계속해서 이적 확정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과연 첼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램퍼드, 로번, 솁첸코 등에게는 여러 가지 소문이 들렸다가는 없어지고 거기에 앙리의 이적으로 인해 드로그바의 밀란 행이나 에토오 입단설까지 들리게 되었다.


 모리뉴는 예전만큼 거취가 소란스럽지는 않게 되었지만 아브라모비치와의 관계는 또다시 불거질 것이다. 약 1개월 후에 시즌이 재개되었을 때, 첼시는 어떠한 [팀]이 되어있을까? 그리고 모리뉴는 어떠한 [역할]로 무대에 등장할 것인가.

Posted by 渤海之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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