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ocn.ne.jp/sports/soccer/soccer090312_2_1.html
인터뷰어: 인포스트라다 헤이스터스

 위기에 빠진 아스날을 구원하기 위해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런던에 강림했다.
 구세주로 기대 받고 있는 ‘러시아의 마라도나’는 명문 클럽을 궁지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시작으로 테오 월콧이나 콜로 투레, 미카엘 실베스트르 등 주력 선수의 이어지는 부상으로 인해 아스날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공격의 중심 파브레가스를 잃은 공격진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능이 떨어져 심각한 득점력 부족을 노출시키고 말았다. 윌리엄 갈라스의 주장 박탈이나 투레 등의 부상 등 문제가 산더미 같은 수비진도 리그 6위인 25실점으로 공격진의 부진을 메워 주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팀은 1위와 17p차이며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 밖인 5위로 부진.

 궁지로 몰린 지휘관 아르센 방제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올 겨울 러시아에서 한 선수를 불러들였다. 지난 시즌 신흥 제니트를 UEFA 컵 우승으로 이끌고 유로 2008에서는 러시아 대표팀의 리더로써 4강 진출에 공헌한 [러시아의 마라도나]를. “시야가 넓고 현명하며 패스가 뛰어나 임기응변에 능하다”. 이렇게 방제에게 평가 받는 러시아의 사령탑에게 주목이 쏠리고 있다. 4위 애스턴빌라와의 6p라는 승점 차는 결코 쉽게 뒤집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러나 아스날의 구세주가 되기 위해서 런던에 강림한 작은 몸집의 러시아인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이 위기 상황하에서도 자신이 넘친다. ‘그야말로 내가 바라 마지 않던 상황’이라고.

방제의 인간성이나 지도방침에 끌렸다.

- 아스날에 입단한지 1개월이 지났습니다. 새삼스럽겠지만 이번 이적을 되돌아 본 감상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오케이. 당신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제니트 이외의 클럽에서 플레이하는게 이번이 처음이야. 때문에 이적할 때는 뭐든 신선했고 여러 가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어. 단지 이렇게 복잡한 것이라면 다시는 이적하고 싶지 않군(웃음). 나는 꽤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이지만 이번엔 정말 조바심이 나더군.

- 그건 교섭이 질질 끌렸기 때문인가요?

 맞어. 내 마음은 확실히 정해놓았었기 때문에 곧바로 입단이 정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교섭이 난항에 빠졌어. 당시엔 머리 속에 계속 불안이라는 것이 있었지. 어쨌든 침착하게 있을  수가 없었어.

- 이적이 무사히 성립되었을 때의 솔직한 기분은?

 최고로 기뻤어. 이 이적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 아스날 행을 결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무엇보다 방제 감독 아래서 플레이하고 싶었지. 그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의 인간성이나 지도방침에 큰 매력을 느꼈어. 나 뿐만이 아니라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명장이라 불리는 방제와 함께 하고 싶어할 거라 생각해.

- 아스날에는 어떠한 인상을 가지고 있나요?

수많은 어린 재능들과 위대한 감독이 함께 있는 세계 톱 클래스의 클럽으로 아름답게 이기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는 그야말로 나에게 딱 알맞은 팀이지. 거기에 1930년대에 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을 뿐만이 아니라(편집부 주:1933~35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빅4]의 하나로 꼽히는 명문 클럽이기도 해. 이런 멋진 곳에서 도전할 수 있다니 축구를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야.

- 하지만 올 시즌 아스날은 부진합니다. 리그에서는 5위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출전조차 위험한 상황이죠.

 그렇기에 더욱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제니트에서 나온 이유는 러시아에서 할 건 다 해보았기에 더 이상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야. 리그와 UEFA컵에서 우승했기에 목표를 잃었지. 그러던 차에 아스날 이적이야기가 나왔어. 빅클럽에서 플레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명문 팀을 재건하는 것, 거기에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라는 세계 최고의 명예… 여기에는 많은 목표가 있어. 정말 내가 바라 마지 않던 상황이야.

- 지난 여름 바르셀로나로의 이적 소문이 있었습니다만 그 이야기가 흐지부지된 것에 후회는 없습니까?

 전혀 없어. 확실히 여름에 교섭이 성립되었다면 나는 에스파냐로 갔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때는 빅클럽이라면 어디건 좋았어. 밀란이건 첼시건 나를 진심으로 필요로 해준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적했을 거야.

- 그런데 이적료의 차이가 너무 커 결렬되었습니다.

 설마 유로2008에서 활약한 것이 이적의 ‘장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그 대회로 인해 내 몸값은 엄청 뛰어올랐으니까. 바르셀로나로의 이야기가 백지로 되었을 때는 솔직히 실망했지만 뭐 그건 지나간 일이니까. 여름에 이적이 정해졌다면 나는 아스날의 일원이 되지 못했을 것이기에 지금은 깐깐하게 교섭을 해준 제니트에 오히려 고마운 기분이 들어.

서포터의 열기가 벤치까지 전해진다.

- 데뷔 전에서는 오른쪽 측면에 기용되었습니다만 앞으로도 같은 포지션에서 뛰게 될까요?

 감독과 확실히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기에 아직 모르겠지만 ‘공격적인 포지션에서 쓰겠다’는 말은 들었지. 물론 나 자신은 최전방이건 왼쪽 측면이건 아무 문제없이 잘 할 자신이 있어.

- 아스날의 전술에 익숙해질 것 같나요?

 그럭저럭. 제니트와 아스날의 축구는 닮은 구석이 많으니까. 양 팀 다 창조적인 선수를 축으로 속도감 넘치는 패스 축구를 전개해. 그렇기에 그다지 어려움 없이 플레이 할 수 있어.

- 팀 동료들과는 친해지셨나요?

 그냥 모두와 안면만 익힌 상태로 인사밖에 안 한 선수도 많기에 아직 사이가 좋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나는 이제 27살인데 아스날에서는 ‘나이 먹은 그룹’에 속하기에 모두들 조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웃음). 뭐 서로 어른이니까 곧 친해지겠지.

- 당신은 예전부터 너무나 솔직한 발언으로 때때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제니트 시대에는 운영진을 비판한 적도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그 스타일은 바꿀 생각이 없나요?

 솔직한 것이 최고니까(웃음). 조심스럽지 못한 발언으로 인해 적을 만드는 경우는 확실히 있어. 나도 모르게 쓸데 없는 말을 해버리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성격이기에 어쩔 수 없어. 단 사생활이나 가족에 대해서 말할 때는 조심하고 있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이기에 절대로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거든.

- 가족이라고 하시니 생각난 것인데 부인과 함께 이쪽으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더군요.

 아직 호텔에서 생활하니까 완전히 이사해 온 것은 아니지. 거기에 나는 유리아를 ‘마누라’라고 부르곤 있지만 실은 그녀와 아직 정식으로 결혼한 상태가 아니야. 하지만 함께 살고 있기도 하니 곧 결혼할 생각이야.

- 아스날에 오시자마자 ‘노스 런던 더비’를 경험하셨습니다. 분위기는 어땠나요?

 강렬했지. 서포터의 열기가 벤치까지 전해졌거든. 아스날과 토튼햄의 라이벌 관계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는 뜨거울지는 생각도 못했어.

- 토튼햄에는 대표팀 동료인 로만 파블류첸코가 있군요.

 힘과 기교를 겸비한 굉장한 공격수지. 지금까지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같은  런던에 살고 있는 얼마 없는 러시아인이니까 근시일 내에 연락해서 만날 생각이야.

- 런던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어떤가요?

 쾌적하게 보내고 있지.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이적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당연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외의 장소에서 사는 것도 처음이야. 하지만 날씨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고 다른 것이 있다면 지폐가 바뀐 정도이기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대학을 다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학 생활은 어떠셨나요?

 17살 때 친구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업 디자인 대학에 진학했어. 거기를 선택한 이유는 수업도 짧은데다 여자애들이 많았거든(웃음). 처음엔 화학 공학을 전공했는데 제니트에서의 연습시간이 늘어나 그다지 대학에 갈 수 없어서 디자인 학과로 변경했어. 스포티한 옷을 디자인하고 싶었기에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지. 실제로 몇 개인가 디자인해서 그것들은 지금 학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

- 축구 말고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계시군요. 디자인 외에 특기나 취미는 있나요?

 PC게임을 좋아해. 최근엔 특히 [풋볼 매니저]에 빠져있지. 지금까지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언제나 잉글랜드 하부 리그의 클럽부터 시작해서 프리미어리그까지 승격시키고 있어. 내가 만든 팀은 아스날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구(웃음)

아버지 없이는 지금의 나도 없다.

- 지난 시즌엔 제니트의 일원으로 UEFA컵에서 우승하였고 유로2008에서도 4강 진출을 이룩하셨습니다. 러시아 축구는 근래 급격한 성장을 거두고 있군요.

 맞어. 그러나 이에 만족해서는 안돼. 러시아 축구 역사는 아직 짧으며 문제점도 많아. 순조롭게 나아가고는 있지만 축구 대국이라고 불리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리겠지.

- 가령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러시아의 축구 클럽은 대부분이 ‘군대적’인 곳이라는 거. 선수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클럽도 많으며 쉬는 날을 거의 주지 않는 클럽도 있어. 그런 점에서 제니트는 획기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외국인 감독이나 코치를 데리고 와서 남들보다 한발 앞서 ‘군대적’인 스타일에서 탈피했거든. UEFA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보다 ‘유럽적’인 클럽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해.

- 러시아 대표팀이 성공을 거둔 것도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를 지휘관으로 맞이했기 때문일까요?

 틀림 없이 그건 그래. 거스와 같은 현대적인 감독을 초빙한 것이 러시아 축구협회 최대의 업적이야.

- 히딩크는 어떤 감독인가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멋진 감독이야. 작년 여름 합숙을 할 때 축구협회가 준비한 호텔이 너무도 끔직해서 우리들은 바꾸어 달라고 했지만 협회 측은 들어주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거스에게 이렇게 말했지. ‘이래서는 마치 소비에트다’라고. 그랬더니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협회에 말해서 호텔을 바꾸어 주더군. 뭐 극히 사소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그렇게까지 해 준 감독이 없었기에 굉장히 기뻤지.

- 전술은 어떤가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지시를 내려 주지. 물론 자세한 것을 여기서 알려 줄 수 없지만(웃음).

- 그 히딩크가 아스날의 라이벌 첼시의 감독에 취임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복잡한 심경이지만 거스의 결단은 존중해. 단 다음 시즌에도 첼시의 감독이라면 조금 걱정이야. 러시아 대표팀과의 겸임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 이야기는 달라집니다만 당신은 부친의 영향을 받아 축구 선수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맞어. 프로가 되지 못했던 아버지는 그 꿈을 나한테 맡겼지. 그런 아버지의 전면적 지원을 받은 덕분에 나는 제니트와 프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어. 아버지 존재 없이 지금의 나는 없었다고 생각해. 그렇기에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굉장히 힘들었지.

- 그럼 동경하는 축구선수는 부친이시겠군요.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10살 때 이혼했지만 그 후에도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 스타였지. 지금도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

- 멋진 에피소드군요. 참고로 아버지 이외에 동경했던 선수는?

 특히 없군. 내 마누라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엄청난 팬이야. 몇 년인가 전에 마누라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호날두의 유니폼을 가져와’라고 하더군. 시합이 끝난 뒤 유니폼을 교환하러 갔는데 그때는 거부하더라구(웃음). 아마 그때 어쩌다 기분이 안 좋았던 모양이야.

- 리그에서 역전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그 호날두가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승산은 있나요?

17p나 벌어져 있기에 굉장히 낮은 것은 확실하지.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이상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어. 나는 유로2008의 내가 피크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아스날의 역습과 함께 말이지. 이번 시즌의 리그 제패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다음 시즌에 반드시 최고의 아르샤빈 그리고 최고의 아스날을 보여주겠어.

ps; 이 글은 2009년 3월 12일에 게시된 글입니다.

Posted by 渤海之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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