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euro2008/20080602-1-1.html
저자: 쿠마자키 타카시
사진: 아카기 신지
1993년 EU 발족 후 유럽 국가간의 국경선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희미해졌다. 그러나 축구의 국제 시합에서이 새삼 그것을 강하게 인식시켜 주는 경우가 있다.
월드컵 조 예선 두 번째 시합에서 개최국 독일이 이웃나라인 폴란드와 시합하게 되었다.
결전 당일. 프랑크푸르트의 신문은 색다른 타이틀을 게시하였다.
[폴란드 vs. 폴란드]
독일의 투 톱, 클로제와 포돌스키 - 둘 다 폴란드 출신이라는 사실이 신문 타이틀을 그렇게 만들었다.
독일은 뇌빌(Oliver Neuville)의 골 덕분에 이 시합을 1대0으로 승리하였다. 폴란드와의 시합 무패기록을 11승 4무로 갱신한 독일은 개막 전의 예상을 뒤엎고 3위로 끝마쳤다. 그 쾌조의 진격을 지탱한 것이 클로제와 포돌스키였다. 클로제는 5골을 넣어 득점왕에 빛났으며 포돌스키도 3골을 기록. 일찌감치 패퇴한 폴란드의 미디어에서는,
[폴란드인이 없었다면, 독일 대표 같은 팀은 대단하지도 않았다]
는 질투의 목소리가 일었다.
클로제와 포돌스키는 폴란드 남서부의 오버슐레지엔(Oberschlesien)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 지역은 중세 이래 주인이 계속 바뀌는 역사였으며,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서 흔들렸다. 폴란드령으로 된 지금도 독일계의 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풍족한 생활을 꿈꾸며 이 땅에서 독일로 향한 사람이 끊이지 않았으며 두 선수도 어릴 적에 가족의 손에 이끌려 독일로 건너왔다.
클로제의 뇌리에는 그 때의 기억이 선명히 찍혀있다.
“내가 8살 때, 가족과 함께 프리드랜드의 입국 관리 센터에 고생 끝에 겨우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독일에서 살고자 하는 많은 이민들이 새우잠을 자고 있었으며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누군가가 울었다. 독일 입국을 허가 받아 차단기의 봉이 올라갔을 때 새로운 인생의 막이 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클로제 가족은 독일 서부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살았는데, 이제껏 잿빛이었던 인생이 하룻밤 사이에 장밋빛으로 변할 리는 없다. “예(Ja)”와 “고맙습니다(Danke)”말고는 독일어를 모르는 클로제 소년은 초등학교를 2년간 꿀을 수 밖에 없었다. 나머지 공부로 받아쓰기를 해가며 이민이라는 자신의 환경을 원망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장에서 매일 즐긴 축구가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골 사냥꾼 클로제의 평판은 폴란드 축구 협회에도 전해져 조국의 대표가 되어 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7살 연하인 포돌스키도 등번호 10이 찍힌 대표팀 유니폼을 선물 받는 등 뜨거운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둘이 폴란드 대표팀으로써 필드에 서는 일은 없었다.
이자택일을 선택 받는 이주민 선수의 대부분이 독일 국적을 선택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분데스리가에서 돈을 벌기에 외국인보다 독일 국적인 쪽이 유리하다는 현실이 있다. 기량이 같다면 독일인 쪽이 우대받기 때문이다. 요 몇 년간 함부르크의 트로쵸프스키(Piotr Trochowski), 보에니쉬(Sebastian Boenisch) 등 폴란드 출신의 우수한 젊은 선수가 독일 대표팀으로 “이적”하여, 폴란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참고로, 이 원고에 등장한 4선수는 전부 폴란드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독일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강탈당했다]라는 비난은 독일의 시각에서 보자면 괜한 짜증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악순환을 멈추고자 폴란드 축구 협회는 진지한 자세로 임하기 시작했다. U-17과 U-20의 대표팀 감독인 글로비시(Michal Globisz)는 폴란드산 다이아몬드 원석을 찾고자 흡사 탐정과 같이 독일을 엄중히 감시하고 있다. 효과는 서서히 오르고 있는 듯하다.
6월 8일 클라겐푸르트에서 처음으로 독일을 물리칠 수 있다면…… 다음 유로 개최를 앞둔(우크라이나와 공동 개최 – 역자 주) 폴란드에 순풍이 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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