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column_cl/20080324-1-1.html
저자: 스기야마시게키

우승 후보끼리의 결전이 된 밀란 vs 아스날. 원정 1차전을 0-0으로 헤쳐 나온 밀란이었지만, 홈에서도 파토 등이 봉쇄당하여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졌다.

아스날이 멋진 축구로 밀란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8강에 오른 8팀 중에서 아스날의 축구는 가장 참신하게 보인다. 공격적으로 효율적이며 아름답고 뛰어나다. 강팀이면서 좋은 팀인 것이다.

밀란과의 원정 시합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앞뒤 가리지 않고 [아스날이야말로 진정한 우승 후보이다!]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지만 차츰 감격이 식어감에 따라 정반대의 생각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아스날은 위태롭다…….

그런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아스날은 자국 리그에서 부진에 빠져 1위 자리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밀란에게 승리한 반동이라고 생각하지만, 필자가 위태로운 것이 아니냐고 생각한 이유는 아스날의 컨디션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내적 요인이 아닌 것이다.

아스날보다 눈부시게 보이는 팀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축구의 내용 문제라고 말하기 보다는 챔피언스 리그에 있어서의 [서 있는 위치]와 관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아스날은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쫓기는 팀이 되었다. 강팀이기는 하지만 좋은 팀인 아스날에게 있어서 이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다. 좋은 팀에게 있어서 불가결한 도전 정신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벵거 감독의 아스날은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한 경험이 아직까지는 없다. 강팀이긴 하지만 강팀의 정신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다. 밀란이 아닌 것이다. 정신적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 좋은 팀의 모습을 여전히 발휘할 수 있는가? 하고 말하면 의심스럽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스날보다 눈부시게 보이는 팀은 어디가 될까? 페네르바체와 샬케에게는 적어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힘이 없다. 로마는 좋은 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경험이 없다. 북메이커에게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바르셀로나는 물론 아니다.

[서 있는 위치]가 좋게 보이는 팀은 즉 첼시와 리버풀이다. 자국 리그의 포지션이 무엇보다도 좋다(원고 집필하고 있을 때 첼시 3, 리버풀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보다도 도전 정신은 왕성하다고 여겨진다. 절대 질 수 없는 승부의 개미지옥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

8강 추첨을 하기 전에 필자는 첼시와 리버풀의 대전 상대가 누가 될지 굉장히 신경 쓰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아스날 위태라는 생각은 한층 더 강해졌다. 동시에 아스날의 대전 상대인 리버풀, 페네르바체와 맞붙게 되는 첼시가 한층 더 눈부신 존재로 비추어진 것이다.

아스날과 리버풀은 대접전이 될 것이다. 2위와 4위라는 자국 리그의 현재 순위는 정신적으로는 반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적은 리버풀. 2차전을 홈인 앤필드에서 치러지는 시합순서도 리버풀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적절한 것이 2004~05 시즌의 준결승, 첼시와 리버풀이다. 자국 리그의 순위는 각각 1위와 5위였다. 잉글랜드에서는 첼시가 강팀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첼시의 홈에서 치러진 1차전이 0-0. 리버풀 홈인 2차전은 1-0으로 리버풀의 승리였다. 리버풀은 그 기세를 살려 결승에서도 밀란에게 대역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이루었다.

8강 중 잉글랜드 팀은 4팀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어지는 준결승에서도 잉글랜드 팀끼리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국 리그에서 우승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에게는 필시 부담스러운 여정으로 비추어 질 것임에 틀림없다.

국내 리그 상하관계의 연장선이 되는 같은 리그 팀끼리의 대결보다, 강팀의 상징인 바르셀로나와 대전하는 쪽이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훨씬 편할 터이다. 바르셀로나가 상대라면 도전정신으로 부딪힐 수 있다. 그러나 첼시, 리버풀에게는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UEFA 팀 랭킹에서는 리버풀보다 낮은 위치에 있기에, 시합순서도 홈에서 먼저 하게 된다. 국내 리그와는 반대인 관계가 된다[각주:1]

프레미어 4팀의 관계가 필자에게는 지금 굉장히 재미있게 보인다. 순위가 위인 팀들보다도 아래에 있는 쪽이 눈부시게 보인다. 챔피언스리그에 숨겨진 아이러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진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정신적으로 우위에 서는 것은 첼시와 리버풀. 특히 국내 리그가 불가능해진 리버풀이 필자에게는 심상치 않은 존재로 비추어진다.

  1. 리버풀 3위, 아스날 5위 [본문으로]
Posted by 渤海之狼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