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europe/20080411-1-1.html
저자: 야마나카 시노부

[벤치를 데우는 나날을 계속 보내고 있는 전 세리에A의 득점왕.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날은 올 것인가?]

 작년 가을부터 첼시를 이끌고 있는 아브람 그랜트는 팀 내에서도 [애버리지(평범한) 그랜트]라고 뒷담화를 맞고 있다. [스페셜]이라고 일컬어졌던 전임 감독 조제 모리뉴를 경애했던 주력 선수들은 후임자를 그다지 존경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듯하다. 서포터들에게도 좋지 못한 평가를 얻고 있다는 것은 선수 교대를 기점으로 역전승을 거둔 저번 달 아스날과의 시합에서 조차 그랜트를 칭송하는 챈트(응원가)가 울려 퍼지지 않았던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단지 이들 선수나 서포터들보다도 낙담하고 있는 것은 안드리 솁첸코일지도 모른다. 원래 그랜트는 당초 오너가 [솁첸코 전속 코치]로써 데려오려고 눈여겨 보았던 인물이다. 모리뉴의 이해하기 어려운 해임으로 폐해만 눈에 띄지만 솁첸코만은 그랜트 휘하에서 완전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기대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리뉴 시대보다도 더 존재감이 사라졌다. 연말에 발목을 부상당하였고 해가 바뀌자마자 아넬카가 입단한 뒤부터는 계속해서 덥혔던 벤치도 덥히질 못하고 있다. 세간의 이미지는 클럽내의 파워 게임으로 [기용되지 못하는 선수]에서 실력 부족으로 [기용할 수 없는 선수]로 바뀌어 버린 듯한 느낌조차 든다.

 솁첸코가 마지막(4 10일 현재)으로 풀 타임으로 출장한 것은 한달 정도 전의 리저브(2) 시합.
 다른 스타 선수들이 챔피언스 리그 16 1차전으로 올림피아코스를 스탠포드 브리지로 맞이하기 이틀 전이었다. 리저브의 시합장은
브렌트포드(Brentford, 4)의 홈인 그리핀 파크. 캡틴 완장을 차고 입장한 솁첸코를 맞이한 것은 40000명의 서포터들에 의한 환호성이 아닌 400명 정도의 관중이 보내는 썰렁한 박수였다. 2년 전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 청부인]으로 이적해 온 [No.7]은 이름도 쓰여 있지 않은 [9]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 리그의 무대와는 다른 차원의 공간에 서 있었다.

 더구나 솁첸코는 시합에 패한 팀과 같이 전혀 활약하지 못하고 90분간을 보냈다. “캡틴~ 부탁이니까 어떻게든 해줘!”라고 관객석 제일 앞에 있던 나이 먹은 팬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솁첸코는 리스타트할 때마다 “Play! Play!”하고 소리를 높였지만 팀도 본인도 마지막까지 플레이는 아귀가 맞지 않았다. 3톱의 일각으로써 인사이드에 아웃사이드로 공간을 발견하고는 파고들면서 “Floor(발 밑으로 깔아 줘)!”라고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후방에서의 패스는 거의가 머리를 향해서 온 롱 볼뿐이었다. 1군 코치들이 지켜보는 중 아카데미(유스) 선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팀을 상대로도 어필에 실패한 솁첸코는 이럴 리가 없는데……’라는 말이라도 하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필드를 뒤로하였다.

 등뒤에 찬스 메이커가 있던 밀란 시대와는 다르게 첼시에서는 카운터 어택 시에 롱 볼을 받는 선수로써 찬스를 만드는 것에 철저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이것은 상대DF와 싸워 이길 높이와 속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솁첸코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다. 나이를 먹은 것으로 인하여 전성기의 각력(脚力)을 잃었다고 하여도 공이 없을 때의 현명한 움직임이나 정확한 끝마무리라면 잉글랜드에서도 결과를 남길 수 있었을 터였다. 실제로 첼시에서도 90년대 후반에 뤼트 휠리트 감독 아래서 [섹시 풋볼[각주:1]]이 화제가 되었을 때, 잔루카 비알리(Gianluca Vialli)와 같은 베테랑이 활약했던 전례도 있다.

 하지만 현재 첼시의 스타일은 [섹시]와는 정반대에 위치하는 안정빵 위주의 [다이렉트]에 가깝다. 전임 감독이 마지못해 시도했던 4-4-2로의 시스템 이행을 그랜트가 했더라면 상황도 달랐을 것이겠지만 현 감독은 자신의 몸을 사리기에 바빠 공격적인 스타일로의 변경을 제쳐두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솁첸코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프로로써의 자세를 관철하고 있다. [오너의 스파이]라 불리건 혹은 밀란으로 U턴을 한다는 소문이 나건 첼시에서 온 힘을 다하겠다고 공언. 전직 육상선수에게 지도를 부탁하여 순발력 강화에 임하는 등 투덜거리는 일 없이 끊임없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솁첸코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올림피아코스 시합 직후에 행해진 더비와의 시합(6-1)에서는 동시에 몸을 풀기 시작했던 공격진의 2명이 먼저 투입되자 터치라인에서 허리에 손을 대고는 -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쓸쓸한 표정으로 시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15분 정도 남은 시점에서 필드에 들어서자 포지션은 3톱의 바로 아래. 끝날 즈음 맨 위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거의 플레이에 끼어들지 못했다. 로커룸에 돌아온 솁첸코는 리저브 게임 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무관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 첼시에게는 국내외에서 질 수 없는 시합이 이어진다. 명확한 정책도 방향성도 나타내지 못하고 그 존재의 필요성조차 느낄 수 없는 현 감독은 어떻게든 결과 중시의 스타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것은 솁첸코에게 있어서의 [지옥]이 계속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8일 첼시는 홈에서 8 2차전 페네르바체를 물리치고(2-0) 챔피언스 리그 4강 진출을 결정했다. 솁첸코는 몸을 풀라는 지시를 받는 일 없이 벤치 제일 뒷줄에 앉아 있기만 했다.

  1.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골을 노리는 것을 말함. [본문으로]
Posted by 渤海之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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