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portsnavi.yahoo.co.jp/baseball/mlb/2009/text/200908050001-spnavi.html
저자: 키쿠타 야스히코
올해 6월 배우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클랭크 인을 눈앞에 두고 있던 한 편의 영화가 갑자기 제작중지 되었다. 영화의 타이틀은 ‘머니 볼’. 자금이 풍부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인 전략으로 플레이오프 단골이 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그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논픽션의 영화 버전이 될 예정이었다.
제작중지가 된 것은 ‘트래픽’으로 아카데미상도 받았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손을 댄 각본 내용에 제작사인 컬럼비아 픽처즈가 난색을 표했기 때문으로 어슬레틱스 성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관련기사)
그러나 ‘머니 볼’이 미국에서 출판된 2003년부터 4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였으며 2006년에도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를 제패한 강호팀도 요 수년 저조. 올 시즌은 8월 3일(현지시각) 현재 서부지구 4팀 중 4위로 빌리 빈이 GM에 취임한 1년째인 1998년 이후 첫 꼴찌의 위기에 처해 있다.
■ ‘머니 볼’이란
선수로서는 그다지 실적을 남기지 못한 채 현역 은퇴한 빌리 빈이 스카우터나 GM보좌를 거쳐 어슬레틱스의 GM에 취임한 것은 1997년 10월. 당시 어슬레틱스는 오너 교체로 인하여 긴축재정을 강요 받고 있었기에 1998년도 연봉총액은 메이저 30구단 중 28위. 적은 예산으로 ‘갑부구단’과 대등한 시합을 펼치기 위해 빈이 구사한 것이 통계학적 수단으로 야구를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를 기본으로 한 독자전략이었다.
가령 선수획득에 있어서는 타율이나 홈런, 승패나 방어율 등 일반적인 성적보다도 세이버메트릭스적으로는 더 의미가 있다는 출루율이나 탈삼진 등을 중시. 일견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이런 수치가 높은 선수를 모음으로써 싼 가격으로 가능한 보강을 목표로 하였다. 또한 이렇게 획득한 선수가 기대대로 활약하더라도 연봉이 급등하기 전에 방출하고 대신해서 젊고 유망한 선수를 획득. FA가 되더라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그 보상으로 다른 구단에게서 드래프트 지명권을 손에 넣음으로써 연봉억제와 전력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제 허접한 번역물을 읽으시느니 차라리 최훈님의 만화를 보시는 것이 더 나을 듯)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여 어슬레틱스는 연봉총액에서는 항상 하위에 랭크되면서도 2000년부터 4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적은 예산으로 상승팀을 만들어 낸 빈의 전략은 글 첫머리에 소개한 논픽션 소설에 자세히 그려져 그 제목을 따서 ‘머니 볼’이라 일컬어지게 되었다.
■ ‘상승’에서 ‘재건’으로
하지만 2007년에는 부상자가 속출하여 9년 만에 승율 5할에 못 미치자 빈은 자신의 계약이 2014년까지 연장된 것도 있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없다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팀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겠다”고 선언. 오프에 단 하렌(현 다이아몬드 백스), 닉 스위셔(현 양키스)등 계약이 2년 이상 남아있던 투타의 주력급을 방출하여 연봉총액 삭감을 진행시킴과 동시에 차세대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을 대량획득. 작년에도 7월에 리치 하든(현 카브스)과 조 블랜턴(현 필리스)이라는 선발 원투 펀치를 연달아 트레이드 하는 등 먼 미래를 내다 본 발본적인 재건에 착수했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지난 시즌 종료 후였다. 장기적 시야로 팀을 토대부터 다시 만들고자 한 어슬레틱스가 2007년 타율과 타점에서 2관왕에 빛난 로키스의 강타자 맷 할리데이를 트레이드로 획득한 것이다. 연봉 1350만 달러라는 높은 액수에 올해 FA가 되는 할리데이 획득은 지금까지의 방침과는 정반대인 듯이 보였다. 더욱이 골든 글러브상을 두 번 수상한 명 유격수 올란도 카브레라도 FA로 획득하였고, 예전의 주포인 제이슨 지암비, 리딩히터 2회의 실적을 가진 노마 가르시아파라 등 베테랑과도 연달아 계약했다.
빈이 ‘변심’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빈은 승부를 버리면서까지 재건에 올인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장기적인 시야로 팀 재건을 진행시키면서도 기회가 있다면 플레이오프 출장을 노린다. – 그러한 생각이었을 터이다. 실제로 올 봄에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젊은 선수의 성장에는 참을성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팬들을 구장으로 오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 계획안에 있었던 ‘실패’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할리데이는 기대한 만큼 치지 못했고, 지암비의 배트도 잠든 채. 개막 선발멤버의 자리를 꿰찬 가르시아파라는 2번이나 DL에 가는 등 올해도 부상자가 속출하여 팀은 5월 초순부터 아예 최하위로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이 ‘실패’도 빈에게 있어서는 계획안에 있었던 것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는 A플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토대 작성을 유지’라는 B플랜으로 변환하였다 - 7월말 트레이드가 끝나기 전까지 할리데이를 카디널스로, 카브레라를 트윈스로 각각 방출하고 그 보상으로 젊은 선수를 획득한 것도 빈에게 있어서는 계획했던 대로의 행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빈은 재건이라는 깃발을 들어올리면서도 기회가 있다면 포스트 시즌을 노릴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한번 제작중지가 결정된 영화 ‘머니 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감독과 각본가로 다시 제작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인 역으로 영화 출연이 정해져 있던 아트 하우 전 감독이나 데이비드 저스티스 전 외야수 등은 가슴을 쓸어 내리겠지만, 빈은 브래드 피트가 자신을 연기하는 이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빈의 관심은 영화의 결말이 아닌 어슬레틱스 재건에 있을 터이다. 영화 ‘머니 볼’의 부활이 결정된 지금, 빌리 빈의 ‘머니 볼’ 향방도 신경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