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23인에서 보이는 것
저자: 우츠노미야 테츠이치
[서프라이즈]는 무엇이었나?
IC레코더로 회견의 음성을 다시 들어보았다.
평소보다 엄숙히 선수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을 읽는 지쿠, [카와구우치]부터 시작하여, 이후는 [카아지], [알렉스] [낫카아타 히-데]하며 변함없는 멤버를 막힘없이 계속하여 23사람 째에 [마아키]의 이름이 불려지자, 회장에서 [오오~]하며 웅성거렸다. 이 순간 팽팽했던 회견장의 공기가 자연스럽게 풀리며 안도하는 분위기로 차 가는 모습이 재생된 디지털 음성에서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쿠보[久保 = 요코하마 F마리노스]의 낙선과, 마키[巻 = 제프유니이티드 치바]의 역전 당선. 현 상태에 있어서 양 선수의 컨디션 차이를 생각하면 현명한 선택이다. 요 일주일간 계속 미디어에 의해 선전되어 온 [서프라이즈는 있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지쿠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한가?]와 같은 뜻이었다.
항상 지쿠는 선수 선발의 기준을 [대표팀에 대한 공헌도]라고 명언해 왔다. 위로 여행으로 독일로 가는 것이라면 이 기준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싸우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독일에 가는 것이라면 때가 때이니 만큼 [공헌도]는 팀 편성의 장해물이 된다.
[공헌도]로 선택된 멤버 = 일본 최강 멤버라는 보증이 어디에도 없는 이상 지휘관은 개개의 선수에 대한 온정이나 의리나 아름다운 추억을 모두 떨쳐버리고, 냉정한 판단과 투철한 현실 인식에 따라 멤버 선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지쿠가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라는 것. 이것이 소위 [서프라이즈]의 정체였다.
어쨌든 최후의 최후의 타이밍으로 지휘관은 쿠보를 포기하고 마키를 선택했다. 물론 쿠보의 드문 잠재능력을 누구보다도 평가하고 있던 지쿠에게 있어서 이 결단은 읍참마속의 기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정말로 쿠보는 굉장히 좋은 선수. 수년간 죽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았는데 그의 플레이를 정말 좋아했다. (중략) 어떻게 해도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기에 마지막까지 생각한 결과 이러한 일(낙선)이 되었다.] (지쿠)
지쿠의 멤버 발표라 한다면 지금까지는 신선미도 기대감도 떨어지는 일이 많았지만 최후의 최후에서 지휘관은 승부사로써의 현실 인식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2대회 연속으로 눈물을 삼킨 쿠보에게는 불쌍하다는 마음도 있지만 이번 지쿠의 결단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높이가 없는 DF진, 경험이 없는 FW진
이번에 선택된 23명의 리스트에서 몇 개인가 신경 쓰이는 부분을 써 보겠다.
유럽 해외파는 과거 최다인 6명. 한편 국내파의 소속 클럽을 보면 간바 오오사카와 우라와 레즈, 쥬비로 이와타가 각각 3명으로 최다이다. 이외로 카시마 앤틀러즈에서는 오가사와라[小笠原]와 야나기사와[柳沢]의 두 명뿐. 지쿠가 처음 팀을 맡았을 때는 [카시마 지분]이라고 야유 받을 정도로 많은 수를 점하고 있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그러고 보니 나카타 코우[中田 浩 = FC 바젤 1893]도 예전엔 카시마였다.). 그러고 보면 쿠보나 마츠다[松田]라는 다른 선수와 바꾸기 어려운 재능을 다수 가지고 있는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는 결국, 나카자와[中澤] 한 선수밖에 선택되지 않은 것도 이외라고 하면 이외였다.
포지션 별로 살펴보자.
우선 GK. 이 세 명은 철밥통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상의 레귤러 GK는 카와구치[川口 = 쥬비로 이와타]지만 등번호가 몇 번일지가 더 궁금하다. 카와구치의 [1]번에의 집착은 유명하지만, [23]은 그의 복귀 극을 상징하는 숫자. 과연 그는 어느 번호를 바랄까? 참고로 과거 2대회, 일본 골 마우스를 등번호 [1]이 지킨 적은 없다.
DF는 4백을 상정해서 X 2인 8명. 나카타 코우는 알렉스(우라와 레드다이야몬즈)의 백업으로써 DF에 등록되어있다. 하지만, 주~욱 둘러보아도 높이가 없는 수비진이다. DF의 평균 신장은 178.5Cm. 180Cm대는 나카자와(187)과 나카타 코우(182) 이 두 선수뿐. 이 높이로 비두카(188 = 미들스브로)나 프루소(187 = 레인져스), 아드리아노(189 = 인테르)와 대전해야 한다는 것이 약간 걸린다 - 아니 굉장히 걸린다.
MF는 FW쪽이 한 명 더 뽑혔기에 7명. 공격적 MF는 나카타 히데[中田 英 = 볼튼]를 포함한 3명, 수비적 MF는 4명이라는 구성이다. 얼핏 보면 나카무라(中村 = 셀틱)의 백업이 될 만한 선수가 보이질 않는다. 엔도우[遠藤 = 간바 오오사카]가, 키린 컵에서 공격적인 포지션을 맡은 적이 있는 것을 보면, 그가 그런 역할을 맡을 것인가? 어쨌든 [공헌도]의 차이로, 엔도우는 마츠이[松井 = 르망]를 제치는 것에 성공했다.
FW은 과거 최다인 5명. 그러나 뭐라고 할까……. 이 중에서 월드컵 경험자는 부상에서 막 나은 야나기사와(카시마 앤틀러즈) 단 한 명. 그 야나기사와도 전 대회에서는 노골이었다. 쿠보의 이탈로 팀 내의 A매치에서 최다 득점자는 17골의 야나기사와 이어서 타카하라(高原 = 함부르크SV)가 나카무라와 더불어 15골을 넣고 있지만 월드컵에서 이 숫자를 늘리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나기사와가 하루라도 빨리 뛸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리고 뭐라 해도 마키. 얼마나 시합에서 뛸지 알 수 없지만 조커로 출장해서 스타디움을 들끓게 하는 그 존재감은 석년의 오카노(岡野)를 생각나게 한다(타입은 완전히 다르지만). 독일에서의 활약여하에 따라서는 이번 대회가 유럽 진출의 발판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외로 본 대회에서 크게 성장할 타입일 지도 모르겠다. 1
선발되지 않은 멤버들에 대해서
이즈음해서 낙선된 쿠보 이외의 선수들에 대해서도 언급해 본다.
우선 스즈키[鈴木 = 레드스타 베오그라드]. 쿠보와 마키의 존재로 인해서 발표 회장에 있던 기자들의 거의 대부분이 그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일까? 스즈키가 선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지쿠에게 질문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스즈키라 하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트루시에 저팬의 스타팅 FW이며 2002년 대회에서 일본의 첫 골을 넣은 선수이다. 그 때부터 4년. 스즈키에 대해서 묻는 질문이 하나도 없는 것에 시간의 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역시 트루시에 저팬의 멤버로써 바로 직전인 키린 컵에서도 선발되고 있던 부동의 19번. 모토야마[本山 = 카시마 엔틀러스]의 이름도 잊을 수는 없다. 이 선수의 경우 현 체재에서 단순히 [머릿수 채우기]로 뽑히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FW로 기용되는 일도 있었다. 대표에서 서열은 동료인 오가사와라보다도 아래이며 특히 인상에 남는 플레이나 골도 없었다. 그래도 모토야마는 팀을 뒤에서 지탱하는 얻기 어려운 존재였던 것도 사실. 그런 만큼 예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것은 모토야마에게 있어서도 우울했을 것이다.
무라이[村井 = 쥬비로 이와타]의 경우 이 날을 맞이하기 전에 비극적인 부상을 입었기에 안타깝다고 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지쿠에게 있어서는 나카타 히로쪽이 서열이 위였을 테지만, 그래도 그의 정밀한 크로스는 버리기는 아까워서 알렉스의 백업으로서는 이상적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확실히 치료를 받아 하루라도 빨리 필드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
가장 아깝고 가장 재능을 기대 받았으며 그리고 지난 시즌 가장 유럽에서 성공한 일본인 마츠이의 낙선은 낙담 이외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나카무라의 백업으로써는 더할 나위 없으며 연령적으로도 큰 무대를 경험하기에 가장 이상적이었으며 무엇보다 프랑스의 팬들도 인정한 그 테크닉을 독일에서도 보고 싶었던 것은 결코 나뿐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츠이가 뽑히지 않은 것은 현 대표뿐 만아니라 4년 후의 대표에게 있어서도 비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마츠이와 같은 아테네 세대의 DF 모니와[茂庭 = FC 토우쿄우]의 낙선도 이외였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이 정도로 높이가 없는 일본 수비진에게 있어서 나카자와의 대역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모니와였다. 또한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에서 얻은 쓰라린 경험도 팀에게는 플러스 재료가 될 터였다. 그러나 올 해 들어서부터 대표에 소집은 받지만 거의 출장하지 못했다. DF라는 포지션이기에 서열을 올릴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은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사토우 히사토[佐藤 = 산프레체 히로시마]. 어떤 의미로 본인에게도 주위에도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할 사토우는 아니라고 나는 믿고 있다.
올해 들어서부터 사토우의 플레이에는 대표에서도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도 장난이 아닌 [굉장함]과 눈을 번쩍 뜨게 할 [상쾌함]이 느껴졌다. 대표에서는 FW의 서열에서 제일 마지막, 히로시마에서도 이기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 최하위 근처를 방황했다. 어디로 가든 역경이라는 속에서 결코 비탄에 빠지는 일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던 그의 한결 같은 모습에, 때로는 냉소적이 되기 쉬운 팬의 마음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대표에서의 싸움은 우선은 종결. 그러나 J리그에서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 필자는 결코 히로시마 팬은 아니지만 사토우 히사토라는 풋볼러에게는 앞으로도 계속 마음속으로 성원을 보내고 싶다.
약속으로 끝난 [아테네 경유 - 독일 행]
어쨌든 독일로 향하는 23인의 사무라이들이 결정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좀 더 긍정적으로 [힘내라~!]라는 내용의 원고를 쓸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협회도 팬도 미디어도 스폰서도, 그야말로 거국일치된 한 목소리로 성원을 보내는 것은 대표가 독일에 가서부터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이번 멤버 선출에 대해서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문제 제기하고 이 글을 끝내고 싶다.
그건 다름 아닌 그 [아테네 세대]에 관해서다.
이번 23명 중에 아테네 올림픽 대표 멤버 중에서 선출된 것은 오노[小野 = 우라와 레드다이야몬즈]와 코마노[駒野 = 산프레체 히로시마]뿐. 라고는 해도 오노는 물론 오버 에이지였으며 코마노도 부상 때문에 최종 예선에는 출장하지 않았다. 그렇다, 저 아부다비에서의 사투(선수 대부분이 원인 불명의 설사에 고통 받았다)나, 토우쿄우[東京]-코쿠리츠[国立]에서의 환희([보이지 않는 적] 바레인과의 데드 히트)를 경험했던 선수들 - 앞서 이야기 한 마츠이나 모니와 외에도 여태까지 지쿠에게 소집된 적도 있는 아베[阿部 = 제프유나이트드 치바], 콘노[今野 = FC 토우쿄우], 타나카 타츠야[田中 達也 = 우라와 레드다이야몬즈], 오오쿠보[大久保 = 전 마요르카], 이시카와[石川 = FC 토우쿄우] 또는 지쿠가 쳐다보지도 않았던 투리오[鬪莉王 =우라와 레드다이야몬즈], 히라야마[平山 = 헤라클레스], 나스[那須 =요코하마 F마리노스], 타카마츠[高松 = 오오이타 트리니타], 토쿠나가[徳永 = FC 토우쿄우](거기에 그들과 동세대인 하세베[長谷部 = 우라와 레드다이야몬즈]를 더하면 좋을 것이다)등등. 그러한 차세대를 짊어져 갈 세대의 재능들이 이번에 한 사람도 뽑히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당시의 야마모토 마사쿠니[山本 昌邦] 올림픽 대표 감독이 캐치 플레이즈로 사용했던 [아테네 경유 - 독일 행]은 결국 입으로만 한 약속밖에는 되지 않았다.
라고는 해도 이것은 야마모토 감독 때문도 지쿠 감독때문도 아니다. 책임은 세대 간을 연결할 비젼을 제시하지 못한 일본 축구 협회에게 돌려야 한다.
생각해 보면 98년 멤버에는 21살의 나카타 히데와 18살의 오노가 있었다. 2002년에는 빼어난 활약을 한 젊은 선수는 없었지만, 카와구치, 나라자키[楢崎 = 나고야 그램퍼스에이트]의 GK진, 그리고 나카야마[中山 =쥬비로 이와타]와 아키타[秋田 = 나고야 그램퍼스에이트, 당시 가시마 앤틀러즈]의 베테랑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전임자인 투르시에가 찾아낸 [황금 알]들이었다. 이러한 과거의 선행 투자가 지금의 대표를 지탱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하지만 현 감독은 이런 유산을 낭비할 뿐으로 다음 세대를 향한 선행 투자라는 것에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번 이번 리스트로 눈을 돌려주길 바란다. 이 중에 4년 후의 대표 캡틴이나 리더십을 발휘할 만한 인물을 발견할 수 있는가? 4년 후의 월드컵 본선으로의 꿈을 맡길 수 있을 듯한 [미래의 미야모토(宮本)]나 [미래의 나카타 히데]를, 이 리스트에서 상상하는 것이 가능한가?
물론 이 리스트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4년간의 결과이다. 이 사이에 아테네 세대의 정예를 퍼스트 팀으로 올려 주는 방책이나 그라운드 디자인이 제시되지 않은 채 오늘이라는 날을 맞이해 버렸다. 그리고 현재 25세 전후인 아테네 세대는 가장 성장할 시대에 세계를 체험하는 기회를 [빼앗겼다]는 것이 되었다. 4년 후가 있어? 물론 그렇긴 하다. 하지만 2010년 만약 월드컵 본선 출장의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도 이미 그들은 29세. 지금의 나카타 히데와 같은 연령으로 난생 처음 월드컵을 맞이하게 된다. 이 현실을 우리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멤버 발표에서 하룻밤이 지났다. 오늘 스포츠 신문 각지는 마키 일색. 인터넷에서도 [쿠보가...][마키가...]하며 떠들썩하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23명의 리스트에서 단순히 독일에서의 시합만을 논하는 것은 철이 너무 없다고 생각이 되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지쿠가 생각한 끝에 제출한 리스트. 그 반대편에 비쳐지는 포스트 월드컵의 풍경에 대해서도 우리들은 직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 1998년 예선 플레이오프 이란전에서 골을 넣어 첫 월드컵 출장을 결정지었다. 일본에선 조커의 대명사로 불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