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1일 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 - 한국 vs. 바레인 - 한국의 정상등극을 향한 '각오'
출처 : http://sportsnavi.yahoo.co.jp/soccer/japan/2011/text/201101110002-spnavi.html
저자 : 우츠노미야 테츠이치
■ 반세기 동안 멀어졌던 왕좌 탈환에 불타는 한국
대회 4일째. 이미 A조와 B조에 속하는 8팀의 1차전이 끝나 이제야 이번 대회 전체적인 모습을 반 정도 볼 수 있었다. 당초 주최국인 카타르가 소속된 A조를 보고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구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어제 밤 B조의 2시합을 보고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허술한 인식을 재고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FIFA 랭킹 100위대인 요르단(104위)과 시리아(107위)가 과거 이번 대회 3차례 우승한 일본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오히려 압도하였기에 누구나 위기감을 품었을 것이다.(여담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패전으로 인해 감독이 교체되었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 중에 가장 아시아 챔피언의 자리를 갈망하고 있는 팀은 다름 아닌 한국이다. 아시아 최다인 8차례 월드컵 출장을 자랑하며, 아시아 최고인 4강에 빛나는 실적을 가진 한국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시안 컵 우승은 1956년과 60년 두 차례뿐이다. 당시는 대회 초창기 때로 4팀밖에 출장하지 않았다. 여담으로 한국개최였던 1960년 대회에 출장한 팀은 이스라엘, 중화민국 그리고 남베트남. 현재 UEFA 소속인 이스라엘,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호칭을 강요당하기 이전의 중화민국(대만),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남베트남이 보이는 것에서 반세기라는 시대의 두터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한국은 실로 반세기만의 아시아 챔피언 탈환에 불타고 있다. 무엇보다 주장인 박지성이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 팀에서 은퇴한다.”고 선언할 정도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월드컵 후 대표은퇴를 선언한 선수는 있어도 “아시안 컵에서 은퇴”라는 것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의 국보 박지성의 결의표명을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이번 대회의 우승을 노리고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바레인에게 2골! 광채를 내뿜은 구자철
시합은 초반부터 공격하는 한국, 수비하는 바레인이라는 도식. 한국은 오른쪽에 이청용, 왼쪽에 박지성 그리고 원톱에 지동원과 그 보다 조금 아래에 구자철이 유기적으로 연동해가며 찬스를 만들어 갔다. 그리고 오른쪽 후방에서 기세 좋게 올라오는 SB의 차두리 그리고 정확한 프리킥을 자랑하는 CMF 기성용은 공격의 시발점. 상대하는 바레인도 한국에 맞추어 적확한 수비 블록으로 대항하면서 원톱의 제이시 존 오쿤와네에게 볼을 집중시키려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 비하면 공격 루트의 다양함에서는 부족함을 느꼈다.
이날 한국에서 가장 광채를 발한 선수는 이청용도 박지성도 아닌 13번을 단 구자철이었다. 카가와 신지[香川 真司]와 같은 1989년생 21살로 소속은 제주 유나이티드. 2년 전 U-20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공헌했다고 하지만 필자는 처음 보는 선수였다(작년 10월 행해진 한일전에서는 대기명단에만 이름을 올렸다). 날카로운 턴과 반응 거기에 과감한 슛. 종횡무진이라는 말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패스를 받는 위치를 점하거나 공간을 만드는 것도 뛰어났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섀도 스트라이커다.
이 구자철이 선제골을 넣었다. 40분 기성용에게서 스루패스를 받아 그대로 짧은 턴과 함께 오른발 슛. 볼은 바레인 DF가 뻗은 발에 맞아 붕 뜬 뒤 그대로 골에 빨려 들어갔다. 마치 전날 일본의 실점 장면 같은 골이 들어가 한국은 1점 리드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7분에는 차두리가 호쾌한 미들 슛을 쏴 GK가 간신히 막지만 튕긴 볼을 구자철이 침착하게 집어넣어 2골 째를 넣었다. 이날 슛을 쏜 수는 박지성보다 1번 적은 5번이지만 유효슈팅은 3번(박지성은 1번). 그 중 2골을 넣은 것이기에 굉장한 결정력이다. 21살의 신성(新星)은 후반 33분에 벤치로 물러날 때까지 존재감을 자랑하여 시합 MVP에 뽑혔다.
시합 종반이 되자 그때까지 낙승 무드를 날려버리는 듯한 사고가 한국을 덮쳤다. 페널티에어리어에 파고들던 알데킬을 곽태휘가 넘어뜨렸다. 이 플레이로 바레인은 PK를 얻었고 한국은 곽태휘를 레드카드로 잃었다. 후반 41분 이 PK를 아이시가 침착하게 넣어 1점차로 만든 바레인은 동점을 노리며 10명의 한국에게 최후의 맹공을 가했다. 그러나 수세에 몰려도 역시 한국은 단단했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중요한 위치를 확실히 점하며 1점을 끝까지 지켜 중요한 첫 시합에서 확실히 승점 3을 손에 넣었다.
[경기 하일라이트]
■ 첫 번째 시합을 확실히 준비한 한국
C조의 다른 시합인 인도 vs. 오스트레일리아의 게임은 4-0으로 오스트레일리아가 압승하였다. 경기가 크리켓이라면 대등한 시합이었겠지만 축구라면 타당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1차전이 끝난 시점에서 C조는 1위 오스트레일리아, 2위 한국, 3위 바레인, 4위 인도가 되었다. 두 번째 시합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한국이 직접 대결. 이미 양 팀은 이번 대회 우승다툼의 전초전이 되는 2차전을 향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에게 1점차로 진 바레인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지만 2강과의 격차는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더 컸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실력만 본다면 일본과 예선에서 다투고 있을 즈음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단지 오랜 기간에 걸쳐 바레인의 약진을 견인해 왔던 '중동의 마술사' 체코 출신의 마차라 감독이 팀을 떠나 상대 팀이나 상황에 따른 타개책을 준비 못한 것을 보자면 그들에게 있던 위험한 이미지는 많이 없어졌다. 인도에 대해 말하자면 안타깝지만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날 시합은 새삼 한국의 저력을 실감하게 만드는 시합이었다. 이번 멤버 23명 중 작년 월드컵 멤버에서 남은 것은 반수 이하인 10명. 반대로 대표 팀 참가횟수가 1자리 수인 젊은 선수가 10명이나 있다. (이날 2골을 넣은 구자철도 10여 시합밖에 없다). 특필할만한 것은 FW진. 박주영이 부상으로 빠졌다곤 하여도 FW로 등록된 3명은 전부 23세 이하의 국내파로 대회 전 대표 팀 참가 횟수는 5시합 이하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과감한 리빌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바레인을 상대로 확실히 결과를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대표팀은 작년 말인 12월 26일에 한국을 출국하여 30일에 시리아 그리고 1월 4일에는 UAE의 클럽과 연습시합을 하였기에 빈틈없이 준비를 해놓고 1차전을 맞이하였다. 거기가 일본과의 큰 차이다. 결국 월드컵 출장회수나 유럽파의 머리수만으로 아시아 챔피언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것을 가장 많이 자각하고 있던 팀이 실은 한국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