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인십색
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column_cl/20081009-1-1.html
저자: 스기야마 시게키
< 리버풀 공수의 중추 MF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오른쪽)
풍부한 운동량이 강점으로 아르헨티나 대표팀 기대의 신성.
4라운드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2-1로 승리 >
축구에는 GK를 제외하면 10개의 포지션이 있다. 즉 십인십색의 버라이어티를 요구 받는다. 챔피언스
리그를 보고 있으면 그러한 축구 경기의 기본적인 특성을 새삼 통감하게 된다. 실력의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종류의 다양성에서는 그 이상으로 놀라게 된다. 같은 타입의 선수만이 널려 있는 일본 선수들과 비교하다
보면 당연한 감상이지만.
예를 들면 일본에 마스체라노
타입의 선수가 없다. 9월에 행해진 프레미어리그 리버풀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다. 속공 시에 오른쪽 윙의 위치로 볼을 가져 온 마스체라노는 과감하게도 상대 왼쪽 SB와 높은 위치에서 1대1을
걸었다. 마스체라노의 포지션은 소위 센터하프. MF를 공격적MF와 수비적MF(볼란치)로
나누는 습관을 가진 일본에서 굳이 분류한다면 수비적MF로 분류되는 선수이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선수. 그러나 스즈키 케이타(鈴木 啓太)는 아니다. 이마노 야스유키(今野 泰幸)이지도 않다. 예전의 혼다 야스토(本田 泰人)이지도 않으며, 야마구치 모토히로(山口 素弘)이지도 않다. 억지로 갖다 붙이면 키타자와 츠요시(北沢 豪). 라고는 하여도 윙의 위치로 튀어나가 페인트를 섞으며 상대 SB를
제치려고 하는 [키타자와]를 본 기억이 없다.
다만 1대1에서 마스체라노는 수비를 제치지 못하였다. 서로 막혀서는 50:50인 상태가 되었다. 이런 경우 볼은 수비측에 유리하게 굴러가게 되는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4-2-[3]-1에서 3의 오른쪽을 담당하는 카윗이
막힐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던 듯 헌신적으로 달려들어 리버풀에 연속 플레이를 가져온 결과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거기서 득점에 공헌한 카윗도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타입의 선수이다. 역시 리버풀에서 4-2-[3]-1에서 3의 왼쪽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 바벌도 그렇다. CF도 해낼 수 있을 듯한 FW계의 선수가 3의 양 측면에서 플레이 하는 모습에 적지 않은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필자뿐만이 아닐 터이다. 그 4-2-3-1은 표현을 바꾸면
4-3-3적이다.
4열 표기를 일부러 피하여 4-2-3-1을 4-5-1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 축구계에서는
떠오르기 어려운 발상이다. 현 일본 대표팀이나 2008년
베이징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축구를 보면 일목요연. 4-2-3-1을
4-5-1로 말해버리는 것과 카윗이나 바벌 타입의 선수가 자라지 않는 일본 현실과의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굳이 3열 표기로 하고 있다면 4-3-3이라고 하는 편이 일본 축구계를 위해서 좋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도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타입의 선수이다. 있을 듯 하면서도 없는
타입이라고 말해야 할까? 수비적MF부터 FW까지 4-2-3-1의 포진에 맞춘다면 다섯 개의 포지션을 소화시킬
듯한 다재다능함에는 탄복할 따름. 화려함은 없지만 좁은 공간 속에서 볼을 받아도 멈추지 않고 물 흐르듯이
전방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드문 타입의 선수이기도 하다.
박지성은 이번 클럽 월드컵에 세계 No.1 자리를 걸고 싸우는 유럽 No.1 팀의 일원으로서 일본에 온다. 그야말로 개선장군이다. 셀틱에서 활약하는 나카무라 슌스케(中村 俊輔)와 박지성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카무라 슌스케 쪽이 빛나는 듯이 보인다. 나카무라 쪽이 아시아 No.1선수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박지성의 평가는 일본에서 결코 높지 않다. 일본의 소년들에게 나카무라 슌스케와 어느 쪽의
플레이를 목표로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카무라가 압도적 다수를 점할 것이다. 박지성 타입의 선수가 일본에서
자라지 않는 이유이다.
한편 한국 내에 있어서 박지성은 국민적 영웅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동경의 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예전 한국 저널리스트가 부러운 듯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미드필더들 같이 볼을
다룰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일순 자랑스러웠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10번 타입의 선수가 널려있는
현실은 오히려 문제. 십인십색이라는 이상형이 흔들리는 최대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타입의 선수를 찾아라….는 챔피언스리그 관전에 필수 테마가 된다. 일본 선수로 말하면 누가 될까? 자문자답하면서 관전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