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명암이 엇갈린 팀끼리의 대전 - 그리스 vs. 에스파냐, 6월 18일 20시 45분, 잘츠부르크
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euro2008/20080528-1-1.html
저자: 쿠마자키 타카시
옆 나라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유로 2004는 에스파냐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안방과도 같았다. 초반부터 팬들이 대거 몰려들어 2번째 시합이 행해진 포르투의 스타디움은 70%가 에스파냐 사람들로 메워졌다. 대전 상대인 그리스의 팬들은 직접 셀 수 있을 정도. 첫 시합인 러시아 1에 이어, 이 약체의 적을 물리치면 8강 진출이 결정되었다. 그들은 자신감에 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시합 종료의 휘슬이 울렸을 때 에스파냐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겨야만 하는 이 시합에서 비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최국 포르투갈과의 3번째 시합이 생존을 건 싸움이 되고 말았다.
에스파냐의 팬, 미디어는 이 결과에 분노하여 사에스 감독을 일제히 비판했다. 선제골을 올렸으면서도 동점을 당한 – 그 전술을 공격받은 것이다.
모리엔테스의 득점으로 첫 골을 넣은 에스파냐는 후반에 호아킨을 투입하여 사이드를 지배. 날카로운 크로스가 계속해서 골문 앞으로 배달되었다. 하지만 사에스는 공중전에 강한 모리엔테스를 교체시켰다. 이 교체가 문제시된 것이다. 그리고 4일 후 그들은 포르투갈과의 결전에서 패하여 모습을 감추었다. 우승 후보의 짧은 여름이 끝난 것이다.
한편 살아 남은 그리스는 승리의 여신이 아예 돌아서서 미소를 보내는 듯한 승리를 거듭하였다.
체코와의 준결승.
그리스 사람들이 자리잡은 관객석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피구, 라울, 지단. 다음 먹이는 누구냐!]
두려울 것이 없었던 갈라티코 시대의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스타들을 계속해서 격추한 것이다.
축구에 정열적인 그리스이지만 그런 그들에게 대표팀은 존재감이 없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테네의 3강만 쳐다볼 뿐 2 국제 무대에서 이기지 못하는 대표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런 애처로운 팀이 유로에서 진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온 나라가 놀람과 흥분에 휩싸여 그리스 사람들이 츠나미와 같이 포르투갈로 몰려 들었다.
체코를 1대 0으로 물리친 그리스는 놀랍게도 결승에서까지 포르투갈을 1대 0으로 쓰러뜨리고 우승을 차지해 버렸다. 그로부터 잠시 동안 광란의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결승 다음날. 아테네의 스타디움에서 행해진 우승 축하회에는 5만 명이 몰려들었고 밖에서는 입장하지 못한 30만 명이 기세를 올렸다.
신문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이 쾌거를 절찬했다.
<내가 영원히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신이여 제 눈물샘을 마르지 않게 하소서>
<이것이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도록>
축제 분위기는 세계 각지에서 펼쳐졌다. 그리스 이주민이 그리스의 국기를 흔들고 폭죽을 터뜨리며 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뮌헨에서는 거리에 1만 명의 그리스 사람들이 집결하였고 여기에 독일 사람들도 합세했다. 왜냐하면 그리스의 우승은 65세의 독일 출신의 감독 오토 레하겔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토 신], 또는 헤라클레스를 따와서 [레하클레스]라고 일컬어지게 되었다. 어떤 신문의 독자 투표에서는 2004년도 [최우수 그리스인]에 선출되어 버렸다. 거의 [현세의 신]과 같이 추앙 받은 것이다.
그로부터 4년. 그리스는 또다시 [우승 후보] 에스파냐와 대결하게 되었다.
전 대회 우승팀이라고는 하여도, 그리스는 전 대회와 마찬가지로 [다크호스]에 지나지 않는다. 4년 전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수비에 온 힘을 기울이고 세트 플레이에서 득점하는 [약자의 전법]이 맞아 들어갔기 때문이다.
단 수비만의 팀에서 한층 성장하였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진 운이 좋긴 하였지만 이번 예선에서 그들은 출장 16개국 중 최다 승점을 올렸다. 에스파냐나 독일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늘었다.
그리스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약자의 전법으로 나올 것인가… [오토 신]의 신탁(神託)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