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난투에서 3년 - 터키 vs. 스위스, 6월 11일, 20시 45분, 바젤
출처: http://number.goo.ne.jp/soccer/world/euro2008/20080526-1-1.html
저자: 쿠마자키 타카시
스위스와 터키의 시합이 결정된 순간 터키는 온 나라가 일제히 들끓었다. 한편 스위스 사람들은 “이런~이런~”하고 한숨을 쉬었다.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2005년 11월. 양국은 독일 월드컵 출전권을 걸고 플레이 오프에서 싸우고 있었다. 1차전. 적지 베른으로 쳐들어간 터키는 시합하기 전부터 흥분해 있었다. 스위스 국민들이 터키 사람들에게는 영혼과도 같은 국가[독립행진곡]이 울려 퍼질 때 욕과 야유로 모욕을 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위스 선수가 시합 도중에 터키 벤치를 위협하는 듯한 행위를 하였다. 시합은 2 대 0으로 스위스가 승리하였다. 원래부터 서구를 적시하고 미워하는 터키 국민들은 패배에 깊은 상처를 입고 분노하였다. 온 나라가 [타도 스위스]로 불타올랐다. 2차전. 이스탄불에서 적을 맞이한 터키는 말 그대로 나라가 하나가 되어 스위스를 공격하였다. 입국 관리관은 수속을 빌미로 오랫동안 시간을 끌었고 그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군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스위스 선수단을 쫓아 다녔다. 팀을 실은 버스가 호텔로 향하는 도중 터키 사람들이 계속해서 앞길을 막고서는 계란이나 돌을 던졌다. 미디어도 얌전히 있지 않았다. 과격함으로 유명한 스포츠지 [포토 매치]는 시합 당일 상식을 깬 지면을 제작하였다. 1면에 게이 복장을 한 스위스 선수의 합성 사진을 대대적으로 게재하여 독기를 품은 문장으로 국민을 선동했던 것이다. [축구는 사나이의 스포츠다. 터키 대표여! 게이와 같이 비겁한 짓만 일삼는 스위스를 운동장 잔디 밑에 매장시켜 버려라!] 하지만 매장된 것은 터키였다. 분노를 담은 표정으로 필드로 나간 그들은 시합 개시 직후에 큰 실책을 범하고 만다. 예전에 우라와 레즈[浦和レッズ]의 알파이가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핸드링을 범하여 1 PK로 선제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기기 위해서는 최저라도 4골이 필요하게 되어 터키는 필사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툰자이, 툰자이, 네쟈티…… 계속해서 골을 만들어 스타디움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하지만 마지막 한 골이 나오질 않았다. 2차전은 4대 2로 승리하여 합계 4대 4가 되었지만, 원정 골 우선법칙에 따라 스위스에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졌다. 절망한 터키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필드에서 도망치기 시작한 스위스 선수들을 쫓아가 때리고 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 야만스런 행위로 인하여 국제 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터키도 얌전히 물러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패배는 스위스인 블래터가 회장으로 있는 FIFA의 음모다]고 단정을 내린 것이다. 결국 공식 시합 홈 게임 3시합을 중립지에서 그것도 관중 없이 치러야 한다는 혹독한 제재가 터키에 내려졌다.
[ 쫓고 쫓기는 스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작년 말. 필자는 이스탄불에 가서 시민들에게 스위스와의 시합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향신료를 파는 ‘세즈긴’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 우리들이 진 것은 베른에서 당한 여러 치욕에 분노하여 흥분했기 때문이다. '빨리 화를 내면 자신에게 화가 돌아 온다'는 속담이 터키에 있는데 그 말 그대로 되었다. 냉정히 싸운다면 다음엔 괜찮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스탄불의 파멸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다. 시합이 치러지기 전까지는 터키 사람들도 침착하게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저 저주스런 스위스 국민들로 꽉 찬 경기장에서 그 불쾌한 스위스 국가를 듣고서도 냉정히 있을 수 있느냐다. 하지만 애국심 덩어리에 마음속의 것을 행동으로 직접 표출하는 터키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스위스 사람들은 3년 전의 굴욕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도발해 올 것이 틀림없다.
터키가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스위스가 도리어 그것을 물리칠 것인가? 어쨌든 살기로 가득 찬 90분이 될 듯하다.
- 한국 인천에서 뛰었던 그 선수. [본문으로]